스즈키 세이준(鈴木清順)은 1923년 5월 24일 도쿄 니혼바시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스즈키 세이타로(鈴木清太郎)로, 섬유업에 종사하던 가족 밑에서 성장했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문학과 예술에 관심을 가졌고, 1941년 도쿄의 상업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을 준비했으나 입시 실패를 겪었다. 그 후 히로사키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일본 제국 육군에 징집되어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전쟁 중 두 차례의 해난 사고를 겪은 그는 극심한 생사의 위기를 경험했으며, 이러한 체험은 훗날 그의 영화 세계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종전 이후에는 도쿄로 돌아와 친구의 권유로 가마쿠라 아카데미 영화학과에 입학하면서 영화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 시기 그는 영화의 예술성과 실험정신에 큰 흥미를 느끼며, 일본 영화계에 입문할 발판을 마련했다.
1954년, 스즈키는 닛카츠 영화사에 입사하여 조감독 생활을 거쳐 1956년 『Victory Is Mine』으로 감독 데뷔를 한다. 이후 1967년까지 닛카츠 소속으로 총 40편 이상의 B급 영화를 연출하였다.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는 『Youth of the Beast』(1963), 『Gate of Flesh』(1964), 『Tokyo Drifter』(1966), 『Branded to Kill』(1967) 등이 있으며, 그는 주로 야쿠자 장르를 실험적이고 스타일리시하게 재해석한 작품들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Branded to Kill』은 당시 상업성과는 동떨어진 실험적 연출로 닛카츠 측의 해고 사유가 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그의 대표작이자 세계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재평가되었다. 이후 그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10년간 감독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1980년 『Zigeunerweisen』로 복귀하여 제31회 블루리본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어 『Kagero-za』(1981), 『Yumeji』(1991)로 이어지는 다이쇼 로망 3부작은 일본 영화의 예술성을 새롭게 정의한 작품들로 평가받는다. 이후에도 『Pistol Opera』(2001), 『Princess Raccoon』(2005) 등을 연출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스즈키 세이준은 2017년 2월 13일,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도쿄에서 별세하였다. 향년 93세였다. 그의 사망 이후 일본 영화계는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그를 추모했고, 2023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본 전역에서 복원판 특별 상영회가 열렸다. 또한 일본 국립영화아카이브와 주요 영화관에서는 회고전이 진행되었고, 그의 작품에 대한 재조명과 학술적 재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스즈키의 독창적 영상미와 이야기 전개 방식은 오늘날 신세대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쿠엔틴 타란티노나 짐 자무시 같은 세계적인 감독들 또한 그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현재까지도 국제 영화제와 학술 행사에서 끊임없이 인용되고 있으며, 실험성과 독창성을 추구하는 영화인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